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4-29 09: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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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혼례에서 닭은 필수품이었다. 신랑신부는 청홍보자기에 싼 닭을 상 위에 두고 마주서서 백년가약을 했다. 서양 결혼식에서 부케를 던지는 것과 달리 닭을 날렸다. 수탉의 맑고 시원한 소리는 결혼을 알리는 팡파르(fanfare)였다. 암탉은 다산(多産)의 상징이었다.

혼례에서의 닭은 결혼 생활으로 이어졌다. 반가운 손님이 오면 닭을 잡아 대접했다. 장모는 사위에게 씨암탉을 잡아 대접했다. 최고의 환대였다. 씨암탉이 낳은 달걀을 꾸러미를 싸서 친척의 생일이나, 결혼·환갑 때 선물하기도 했다. 달걀부조였다.

이토록 닭이 사랑을 받은 것은 닭은 길조(吉兆)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닭은 다섯 가지 덕()을 지녔다. 닭의 벼슬()은 문()을 나타냈고 닭의 발톱은 무()를 나타냈다.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적과 싸우는 것은 용()이었다. 먹이가 있을 때 꼬꼬거리며 자식과 무리를 불러 모으는 것은 인()이라 불렸다. 새벽을 알리기 위한 울음소리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닭의 신()이었다.

이런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웬 닭싸움(?)이 그리도 많은지? 어제, 갑갑하겠다 싶어 잠시 소풍을 내 보내었더니 광장으로 나온 수탉 두 마리가 엉켜 붙어 한참을 싸운다. !! 신음소리에 탄성에... 방문객들에게는 모처럼 보게 되는 공연이었다.

둘의 치열한 공방을 보며 서로들 누가 이길 것 같으냐고 물었다. 나는 안다. ‘닭 중 닭은 목계(木鷄). 어떤 싸움닭이 덤벼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 닭 말이다. 예부터 어떤 일에도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을 목계지덕(木鷄之德)이라 했던 이유다.

난 앞으로 주례를 할 때마다 목계를 선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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