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4-20 13:07:33
네이버
첨부파일 :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김준태의 첫 시집 참깨를 털면서.

먼 훗날로 갈 것도 없다. 하루를 마감하고 잠드는 자리, 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세며 잠들까?

누구는 잠들면서 하늘의 별을 센다. 하루의 감사를 헤아리기도 한다. 어떤 이는 누운 자리의 평수를 계산한다. 과연 사람은 몇 평에 누워 잠들어야 행복할까?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는 인간 한 명에게 필요한 공간은 13m²(4)면 족하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잠드는 순간에도 많은 공간을 탐한다. 식탐만 있는 게 아니다. 나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묻고 싶었다. 배철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공간(空間)은 자신이 스스로 존재하지 않지만,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존재하게 만드는 집이다. ()을 뜻하는 한자는 원초적인 태초의 빈 공간을 의미하는 ’()과 하늘과 땅을 끌어당겨 신비한 물건을 만드는 기술인 ’()이 합쳐졌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쌓인 이기심과 욕망이라는 괴물을 제거하고 이타심과 열망으로 채우려는 혁신적인 마음의 상태다. ()은 자신의 이기심을 넘어, 주위의 다른 개체들 사이에서 이들의 가치만을 빛나게 만들려는 착한 마음씨다.”

이기심과 욕망의 괴물이게 문제였다. 잠들면서까지 넓은 공간을 차지하려던 욕망을 먼저 잠재운다. 자장가가 아니다. 착한 마음을 먹어야 했다.

나그네 인생인 걸이 작고 작은 고백이 신기하게도 탐욕으로 가득찬 마음을 새의 깃털처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 날 꿈도 꾸지 않는 단잠을 잤다. 아침산책 길에서 아내에게 고백했다.

여보, 나 어제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 수면 패턴)’을 찾아냈어.”

내가 창조의 리듬에 맞추어 춤추며 잠들 수 있었던 것은 1.5평도 안 되는 엄마의 태중과 같은 작은 수면공간에 있었던 셈이다.

미니멀 슬립(minimal sleep)의 행복은 그렇게 찾아왔다.

사진은 잠들었던 방이다.

%EC%9D%BC%EA%B4%84%ED%8E%B8%EC%A7%91_1_1 

내친 김에 배철현교수님의 유튜브를 추천해 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WWCnMWrm6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