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8-08 09: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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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물과 햇빛이다. 물은 자라게 한다. 햇빛은 결실케 한다. 땅으로는 굳게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는 쭉쭉 뻗어야 한다. 물을 빨아올린다. 뜨거운 햇빛을 받아들인다.

포도는 땅과 하늘의 한 열매 안에서 만남이다. 바이런 포도농장을 만들고 3년 만에 주렁주렁 포도송이를 만났다. 이 어찌 기쁘지 않을까? 내 너를 양명문(1913-1985)의 송가(頌歌)로 환영하노니....

되도록이면~

나무이기를,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이기를,

생각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이기를,

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

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

속삭이는 잎새며,

가지며,

가지 끝에 피어나는

꽃이며,

꽃가루이기를.

(중략)

어디서 그런 재주들을 배워왔을까

당신의 슬기로운 예지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그 오묘한 비밀,

그지없이 기특하기만 생김새.

다시없는 질서,

바늘 끝만치도 빈틈없고 헛됨이 없는

이들의 엄연한 질서

이 줄기찬 생활이여!

되도록이면~

과일이기를,

과일 중에도 청포도이기를,

청포도 송이의 겸허한 모습이기를,

그 포도알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씨이기를,

표정이기를,

그 포도알 속에 살고 있는 저 주신(酒神) 박카스의

어질고도 용감한 기품이기를.

어디서 이 크낙한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

그 무엇도 침범키 어려운 이 장엄한 행진의 힘.

당신의 혈관 속이나 세포처럼 독균의 침입을

입지 않은

순수한 내부 조직 아,

이 눈부신

살림이여,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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