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6-06 14: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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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결혼예비학교도 많이 인도했다. 주례도 수없이 했다. 그런 나에게 붙여진 별명이 하나 있다. ‘결혼건축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한스 홀라인(오스트리아)은 말한다. “누구나 건축가다. 모든 것이 건축이다.” 결혼도 건축이다. 그래서 누구나 좋은 집(건축)을 갖게 되기를 꿈꾼다. 서울대학의 서현교수는 좋은 건물을 얻는 묘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존재 가치를 규명하는 첫 문장을 만들려면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 국회의사당이 무엇이고, 학교가 무엇이고 도서관이 무엇인가. 이에 대답하고 문장으로 서술하려면 역사에 대한 성찰과 사회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건축은 인문학으로 출발해서 공학으로 완성되며 예술작품으로 남기를 열망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패러디 한다. “결혼은 신앙으로 시작해 가정사역으로 완성되며 미학으로 남게 된다.”
둘째아들의 결혼식에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십계명이 흐르고 있었다. 이웃사랑의 첫 계명이 부모공경이다. 둘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했다. 결혼식이 두 사람만의 축복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모에 대한 공경을 표현해 내는데 묘미가 있다고. 예준이와 하은이는 사랑의 편지로 그 마음을 표현했다.
결혼서약만큼이나 소중했던 시간, 예준이는 고백했다.
엄마 아빠에게 편지를 쓰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막상 쓰려니 항상 받기만 했던 생각 밖에 나질 않네요.
치열하게 살면서도 언제나 우리를 위해 퇴근 후에 시간을 내주시고 아들 일이라면 언제라도 최선을 다해서 도우시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어떤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죠. 미국에서 떨어져 지낼 때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겠다고 뉴욕에서 택시를 타고 폭설을 뚫고 워싱턴까지 달려왔던 아빠.
힘들 때는 언제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단 위로와 공감의 말을 꺼내고 지칠 때는 그늘이 되어 주고 우리의 집의 웃음이 되어 주고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엄마.
이런 엄마 아빠가 내 엄마 아빠라서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여기서 배운 것들, 이제 저의 가정에서 실천하며 작은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가보려 합니다.
축복해주시고 기도해주세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예준 드림
아내와 나는 앉아서 들을 수 없었다. 일어섰다. 편지는 평생을 송길원목사의 아들로 이름 없이 살아온 아들의 독립선언이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나는 소망했다.
송길원목사님의 아들 예준이가 아니라 예준이의 아빠 송길원으로 기억되는 날을 달라.
사랑의 편지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으로 신앙의 주춧돌위에 기둥을 세우는 건축행위였고 신앙고백이었다.
이어서 하은이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첫 문장이 끝나기도 전 하은이 아빠는 눈시울을 붉혔다. 하은이는 자주 목이 매여 목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그 침묵의 순간, 하객들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고 있었다.
아빠, 엄마!
청첩장 디자인을 하면서 유만주, 정연덕의 장녀 유하은한 자 한 자를 써넣을 때, 저의 결혼이 저와 예준이를 넘어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며 아빠, 엄마의 인생의 결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혼할 때면 다들 효자, 효녀가 된다던데 저도 딱 그런 것 같아 민망하고 죄송스럽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아빠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들이 있어서 감사했어요. 막막하고 바쁠 때 얼마나 따뜻하고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여태까지 제가 열심히 살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빠, 엄마가 열심히 사셨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저를 사랑하고 돌보아 주신 것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제멋대로고 까탈스러운 딸인 저를 인내해주시고 돌보아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과 사랑을 주고받길 바랍니다.”-하은 드림

이어지는 피로연, 사람들은 결혼준비에 피곤한 신랑신부를 위로하는 자리인 줄 안다. 피로연(披露宴)의 피()열다’ ‘헤치다는 의미다. ()드러내다’ ‘보이다를 뜻한다. ()은 잔치다. 열어 헤쳐 보여주는 잔치라는 뜻이다. 내 마음을 열어 보살펴 주심에 대한 감사의 자리다. 축하객들에게는 축하와 축복해 주심에 대한 환대의 자리다.
청란교회의 넓은 뜰에 가훈공모전 부스가 설치되었다. 며느리의 솜씨를 자랑하는 웹툰 관람 코너, 웨딩 사진 전시, 포토부스신랑신부는 다양하게 자신들을 열어 보여주었다.
피로연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나의 음식에 대한 취향은 뷔페는 아니었다. 줄을 세우는 게 싫었다. 배급받게 해서는 안 된다. 접시에다 음식을 뒤섞여 잡탕밥을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더구나 음식 앞에서 시끄러운 대화를 하다보면 비말이 튄다. 얼마나 비위생적인가 말이다. 준이가 내 고민을 덜어주었다. 도시락! 그것도 미슐랭(Michelin) 마크를 3년 동안 얻게 된 품격 있는 도시락이었다. 내 생애도 처음이었다. 바비큐를 곁들였다. 음식 값은 아깝지 않았다. 아브라함이 천사인지 하나님인지 모른 채 소를 잡고 떡 반죽을 하던 마음으로 잔치를 펼치고 싶었다. 어린 자녀들을 위해서는 솜사탕을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솜사탕은 어른들에게 더 큰 인기였다. 어린 날의 추억을 소환해 주어서일까? 모두들 어린아이가 되었다.
피로연의 음악은 죄다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추어졌다. 트로트를 연주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재즈로 젊어지고 싶었다. 신부의 아버지가 바이올린으로 10월의 멋진 날을 연주했다. 최고의 순서였다.
이렇게 해서 언약과 거룩, 공경과 환대의 네 기둥이 세워지고 있었다. 1943년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영국의회 의사당 재건을 앞두고 유명한 한 마디를 남긴다.
“We shape our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
우리가 건물을 짓지만 그 건물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는 뜻이다. 예준이와 하은이는 그렇게 지어지고 있었다.
(원더걸스를 능가하는 고기걸스의 하은이.. 호스트의 유머센스에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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