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4-04-30 14: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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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알링턴 국립묘지에 가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묘지가 있다. 매우 인상적인 것은 작은 횃불이 타고 있다. 사람들은 그 의미를 묻지 않는다. 유대인 랍비이자 뛰어난 이야기꾼인 델핀 오르빌뢰르(Delphine Horvilleur)의 유대전통에서 어떤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사람이 죽어서 매장되는 순간까지 고인의 시신 가까이에 초를 켜두어야 한다. 여기서 초는 아직 살아있는 영혼의 존재를 상징한다. 이 제의(祭儀)는 심오한 진실을 표명하는데, 그것은 우리를 떠난 자의 생명에서 무언가 이 며칠 동안 눈부시게 작열한다는 것이다. 그때, 떠나는 생명은 특별한 방식으로 빛나고, 그래서 그의 곁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이 빛을 감지한다. 이 빛은 세상을 밝게 비출 수도 있고, 빛을 통해서 이제껏 완연한 어둠 속에 머물러 있던 것을 볼 수도 있다.”
미국인들에게 케네디는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있다. 유대인에게 양초에 불을 밝히는 것이 제의였듯이 미국인들은 횃불을 밝히는 것이 그들 방식의 제의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장례에는 향불이 있었다. 시신에서 풍겨나는 냄새 때문에 산 사람이라도 살아보자고 향을 피웠다. 지금은 시신도 놓여 있지 않을 뿐 더러-이미 시체 창고에 쳐박혀 있다-냉동장치가 잘 되어 있어 향이 진동할 필요는 없다. 향불 대신 촛불을 밝혀보는 것은 어떨까? 빛으로 오신 주님을 떠올리며 빛의 세상을 향한 소망을 담아.

나의 짧은 장례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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