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10-30 10: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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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가 할머니에게 장난친 줄 알았다. 아니었다. 70대 아들이 95세가 된 어머니와 보낸 일상이었다.

아들이 말했다.

“95세 된 어머니는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어요. 하지만 영어로 조크를 하셨어요.”

나는 최근 이들 가정의 장례 감독을 맡았다. 죽음에는 3 막이 아닌 ‘3 ()’이 따른다.

첫째는 장지(葬地), 둘째는 장례(葬禮), 셋째는 장후(葬後). 많은 사람들은 첫째부터 어긋난다. 11시에 돌아가시고 나서야 다음 날 장지(葬地)를 구한다고 설쳐댄다. 그만큼 장례는 허겁지겁이다. 이장(移葬)이 다반사(茶飯事)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장례(葬禮)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라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하는 대로 끌려간다. 깜깜이다.

장후(葬後)는 더 심각하다. 유산배분, 장례비용 결산이 가족갈등을 일으킨다. 원수로 갈라서기도 한다. 장례노동 후유증에다 그간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한다.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된다. 한 집안의 폭망이다. 불 보듯 뻔하다. 이래서 상() 당했다고 하는 것일까?

죽음이 평생 가정사역에 천착(穿鑿)해 온 내게 외면할 수 없는 주제가 된 이유다. 20여 년 간 매달렸다. 그리고 맡게 된 엔딩 플래너로서 장례 감독, 흥미롭지 않은가?

엔딩 플래너는 사랑의 기억을 이어주는 산파(産婆). 정겨운 길벗이자 상담자가 된다. 때로 인생코치가 되어 최고의 인생을 살도록 돕는다. 엔딩 플래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 이야기를 지켜보는 특권을 누린다.

나는 이번 장례식의 키워드를 함박웃음이라 정했다. 기존에 전혀 보지 못했던 완벽한 새 모델을 보게 될 것이다. 나 스스로도 펼쳐질 장례식 ‘3 ()’이 무척 궁금하다.

이들 가족은 이요일·요한 형제 장로의 가정이다. 나는 이들 가정에 포토제닉상(photogenic )에다 명품 효자상, 있지는 않지만 노벨 가족상을 추천하고 싶다. 천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장례혁명은 이제 시작이다.

(사진은 가족들이 보내온 몇 장을 내가 직접 골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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