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4-11 10: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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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월 하이패밀리가 주최한 사모세미나에서 사모들이 환하게 웃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시원했다. 폭소와 박수가 쏟아졌다.

비밀 지키자 해놓고 네가 다 까발리냐.” “내 가슴에 못 박고 뒤끝 없으면 다냐.” “네 아기 울면 당연하고 내 아기 울면 은혜 없냐.” “네가 하면 패션이고 내가 하면 사치냐.” “네가 말하면 의견이고 내가 말하면 수다냐.”

사모세미나에서 사모인권보장위원회팻말을 든 사모들의 목소리다. 몇 년 전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를 패러디한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새벽기도 한번 오고 기도하라고 하냐.” “네가 틀리면 실수고 내가 틀리면 무식이냐.” “내 남편 아프면 호들갑이고 내가 아프면 덕이 안 되냐.” “네가 졸면 피곤이고 내가 졸면 은혜 없냐.”

마무리 대사는 처절했다.

말 안 한다고 바본 줄 아냐.” “눈칫밥 인생 이젠 싫다. 사모도 사람이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사모들의 눈에 눈물이 비쳤다. 지어낸 대사가 아니다. 지금도 사모들이 겪고 있는 일들이다. 실제로 사모로서 가장 싫은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 결과 1위는 교인들의 지나친 기대와 평가였다.

사모는 한 명인데 사모 역할에 대한 기대는 성도수만큼이다. 교인 100명이면 100명이 다 시어머니인 것이다. 기대 또한 모호하고 비합리적이며 일방적이다. 한마디로 내 멋대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애초부터 맞출 수 없는 기대였다. 한 명의 사모가 100명의 성도를 맞추려 몸부림친다. 그러다 탈진해서 쓰러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아줌마가 있다. 보험 아줌마, 요구르트 아줌마, 미장원 아줌마가 그들이다. 억척스러움이 떠오른다. 먹고 살기 위한 몸부림이 연상된다. 뻔뻔스러움으로 무장한 본능적 모성이 생각난다. 그들은 스스로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인생 상담사(life coach), 건강 설계사(health designer), 헤어 디자이너(hair designer) 혹은 뷰티시안(beautysian)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지위와 역할 모두 업그레이드됐다. 인생 설계, 건강 증진, 미의 창조가 목적이 된다. 인간의 행복에 공헌하는 고품격 이미지가 떠오른다. 전문성이 느껴진다. 이제 누구도 이들을 아줌마라 깎아내려 부르지 않는다.

이번엔 숨죽여 있던 사모들이 스스로 나섰다. 남이 내 위치를 잡기 전에 내가 나를 포지셔닝해야 한다. 언제까지 성도 탓, 교회 탓, 정책 탓, 문화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자리매김하면 된다.

오랜 몸부림 끝에 사모의 사모에 의한 사모를 위한사모세미나가 탄생했다. 사모들이 강사로 나섰다. 그동안 사모세미나는 남성 목회자들이 강사로 나서는 형태였다. 주로 꾸지람이 많았다. 과감하게 그 틀을 벗어났다.

주제는 사모, 그 위대한 가정건축가였다. 20089월의 일이다. 새로운 포지셔닝에 사모들은 환호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1000여명의 사모들이 모여들었다. 눈빛만 봐도 안다.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연고대’(연단과 고난의 대학) 수석졸업생들이 아닌가. 말이 필요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내민다. 따뜻하다. 위로가 넘친다. 박장대소한다. 마음껏 소리친다.

그날 모두는 무너져가는 한 가정, 아파하는 한 영혼 살려내는 이 거룩한 소명 앞에 무릎 꿇었다. 두 손 들고 화답했다. 마지막엔 사모행복선언문을 낭독했다. 포지션이 없어 포지션을 달라고 구걸하는 초라한 구호가 아니다. 포지션이 있어 포지션을 잘 감당하겠다는 당당한 구호다. 오랜 시간 잠재워져 있던 사모들의 꿈, , 깡이 꽃처럼 피어올랐다. 이날 사모들은 훨훨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하이패밀리는 그동안 몇 차례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교회 사모 역할에 대한 인식조사’(2008), ‘한국교회 사모의 행복실태조사'(2011), ‘한국교회 자립형 가정사역 실태조사’(2019) 결과들은 한결같이 가정사역자로서의 사모 역할이 얼마나 적합한 포지션인지를 학문적으로 입증했다. 사모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12년이 흐른 지금 그 열매는 경이롭다. 자립형 가정사역을 꿈꾸는 교회들은 사모들을 가정사역 책임자로 세웠다. 가정주치의가 교회 내에 상주해 있으니 성도들은 안심이다. 어디 성도뿐이겠는가.

아내 행복교실 5주 진행을 마친 한 사모의 행복한 고백이다. “여성도들을 돌보는 최고의 도구였습니다. 아내, 여성이라는 공통의 주제가 있으니 저절로 공감이 일어나고 말씀의 토대 위에 아내 역할을 세워가다 보니 남편들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맛에 사모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사모 맛을 제대로 알아가고 있습니다”.

인천, 경기 부천, 충남 서산, 서울, 경남 진해 등 전국에 하이패밀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가정사역센터들도 속속 세워졌다. 사모들이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지역사회 가정 돌보미 역할을 통해 전도의 소명을 훌륭히 감당했다.

이제 행복으로 춤추는 사모들이 있다. 사모들이 속삭인다. ‘사모 맛을 알기나 할까.’ “우리는 사모다!”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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