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6-04-05 17: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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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다.”-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중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神祕)’다. 신비라는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더 이상 놀라움과 경외에 놀라 멈춰 설 수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개기월식과 개기월식 앞에 ‘누멘(numen)’으로 감탄한다. 자연에만 신비가 깃들어 있지 않다. 역사 속에서 신비가 있다. 나는 그것을 ‘역사의 개기월식’이라 부른다.
해-달-지구가 한 줄로 정렬된다. 하나님을 향하여 줄을 선다. 특이한 천문현상이다. 하지만 조선시대로 돌아가 보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정오의 태양이 검은 구멍으로 변하자 대지는 비명과 통곡에 잠긴다. 왕은 소복 차림으로 거적에 엎드려 하늘에 용서를 빌고, 백성은 귀신의 머리카락 같은 코로나를 보며 세상의 종말을 직감한다. 우주의 질서가 통째로 삼켜진 찰나의 암흑 속에서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는 처참히 무너져 내린다.
이 캄캄한 조선 땅에 하나의 별이 뜬다. 1885년 4월 5일 부활절 주일에 언더우드 목사(첫 개신교 목회 선교사)가 제물포항에 첫 발을 내딛는다. 이 날이 부활절이었다. 역사라는 거대한 밤하늘에 ‘4월 5일 부활절’이 겹친다. 역사의 개기월식이다.
선교사관으로 보면, 1795년 4월 5일 부활절에 주문모 신부(첫 가톨릭 선교사)가 조선 땅을 밟는다. 한국 천주교의 시작이다. 1795년에 띄워진 부활의 첫 신호 이후, 19세기를 통과하며 1801년, 1863년, 1874년이라는 세 번의 ‘영적 징검다리’가 놓인다. 이는 마치 개기월식이 일어나기 전, 달이 지구의 그림자 근처를 조심스럽게 스치며 정렬을 준비하는 과정과 같다.
마침내 1885년, 그 정렬이 완성되어 언더우드라는 빛이 제물포에 닿았다.
그리고 2026년은 첫 발걸음(4월 5일)과 부활절(4월 5일)이 겹치는 일곱 번째 부활절이다.
언더우드는 기도한다.
“우리는 부활절에 이곳에 왔습니다. 그날 사망의 빗장을 산산이 부순 주께서, 이 백성을 얽어맨 사슬을 끊으시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의 기도가 더 간절해지는 부활절 아침이다.

1795년부터 시작된 이 천문학적 정렬의 역사는 2026년에 이르러 ‘7’이라는 완전 수를 채우며 GMC의 출발을 축복하고 있다. 141년 전의 상륙이 ‘씨앗’이었다면, 일곱 번째 정렬인 올해는 그 씨앗이 거대한 숲을 이루어 죽음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는 ‘영적 개기월식의 완성’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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