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6-01-15 08: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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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회의 족보는 철저히 남성의 언어로만 쓰였다. 거대한 성벽이었다. 그 견고한 성벽 앞에 선 다섯 명의 연약한 여성들이 있었다. 민수기 17장에 등장하는 슬로브핫의 여인들이다. 마흘라, 노아, 호글라, 밀가, 티르차
이들은 딸에게는 하나님의 기업을 물려줄 수 없다는 이스라엘 율법에 부당함을 느낀다. 지도자 모세에게 찾아간다. 연대의 목소리를 낸다. 결국 자신들의 분깃을 쟁취해 냈다. 성경의 하나님은 불의에 항거하고 연대하는 여인들의 말이 옳다고 하신다. 한 번 정해 놓았던 율법 내용마저도 바꾸셨다.
그녀들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지 않았다. 그녀들이 선택한 무기는 오직 서로의 손을 맞잡는 일이었다. 고대사회의 최초의 ‘연대’였다.
한 명의 눈물은 개인의 슬픔으로 끝났을 터. 하지만 다섯 명의 당당한 발걸음은 법과 제도를 뒤흔드는 ‘정의의 화음’이 되었다. 그들은 물었다.
“아버지가 없다고 하여 우리의 이름이 사라져야 합니까?” 질문은 단순히 땅을 요구하는 욕망이 아니었다.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원천의 선언이었다.
이들이 해낸 놀라운 일이 말해주는 것이 있다.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가 모일 때 가장 단단한 관습을 깨뜨릴 수 있다. 누군가의 흑역사를 빛나는 진주로 바꾸는 힘은 바로 ‘함께 서 있는 온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살아생전 JP는 말했다. 거사(擧事)는 소명감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예술가와 혁명가의 기질은 통하지. 공통점은 다정다감(多情多感)이야.”(그는 정치의 미학을 거론했다. “혁명과 예술에 공통점이 있어. 다정다감이지. 그런 성정(性情)이 있어야 터무니없는 발상도 하고 목숨도 거는 거야.”)
그는 이런 말도 했다.

“프랑스 대혁명의 마라, 당통, 로베스피에르 이들 셋은 예술적 재능이 있었어. 다정다감하지 않으면 목숨을 내걸지 못하지. 그 특성이 있어야 터무니없는 발상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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