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3-01-30 11: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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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가 쓴 글입니다. 어제 예배시간 토크를 통해 나누었습니다. 저희는 예배를 드릴 때마다 이와같은 일상속에 찾아오신 주님을 늘 고백합니다.

명절을 앞두고 며느리가 장염에 걸려 심한 구토와 설사 때문에 입원을 했습니다. 항생제를 투여하는 동안 잠시 손녀에게 젖을 먹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엄마 젖을 못 먹게 된 아이는 심하게 울었습니다. 배가 고파 엄마 품을 향해 갔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주지 않습니다. 이유식도 거부하고, 우유도 거부했습니다. 먹지 못한 아이의 터진 울음은 구토가 나올 때까지 계속되었고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이로서는 처음 겪는 시련이었습니다. 젖을 먹을 수 없는 아이보다 젖을 먹일 수 없는 엄마가 더 괴로워했습니다.
“어머니, 젖 떼려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는데... 너무 불쌍해요. 그리고 내가 은유한테 최선다했나 하는 들어서 자꾸 자책하게 돼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이라도 젖을 더 먹일걸. 젖먹이면서 은유 얼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볼 걸... 수유를 못 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해요. 엄마로서 역할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울먹이며 전화하는 며느리에게 말했습니다. “하은아, 지금 이 시대에 너만큼 최선 다한 엄마가 어디 있다고 그러니? 곁에서 지켜본 내가 알고 하나님이 아신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진심이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이 없고, 모유 수유를 선택하자 잘했다는 격려보다 모두들 말리며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받았던 외로움과 서러움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에는 당연했던 일들이 지금 시대에는 대단한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알기 때문입니다. 며느리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제 가슴에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전화선을 통해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여자와 엄마로서 만났습니다.
명절날, 이 말을 어머님께 전했습니다. 어머님은 시원하게 정리해주셨습니다. “그 잘됐다. 이참에 젖 떼라고 해라. 1년이나 먹었으니 많이도 먹었다. 좀 늦은 감이 있다. 6개월 만에 떼기도 하는데. 늦으면 늦을수록 애도 힘들고 엄마도 힘들다. 좀 크면 정신이 말짱해서 다 안다. 젖 못 먹게 하려고 빨간약 발라놓으면 약만 빨아서 뱉어내고 젖을 빤다. 게다가 이빨 나서 깨물어 제치면 얼마나 아픈지 아냐? 나았다고 또 먹일 생각 말고 못 먹은 김에 아예 떼버려라.”
그리고 손주며느리에게 직접 전화로 코치를 하셨습니다. 전화 끝에 어머님은 몇 번이고 강조하셨습니다. “하은아, 힘들겠다면 좋은 기회다. 여러 방법이 있겠다만 참고해서 결정은 네가 하라는 거지. 강요하는 건 아니다. 힘내라. 그래서 엄마가 되는 거다.”
모유수유를 할 수 없었던 저는 생각지도 못한 명쾌한 해결책과 자발적 선택을 격려하는 지혜의 언어에 감탄하며 덧붙였습니다. “하은아, 어머님 말씀처럼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하나님이 주신 선물 같다. 너 혼자 젖떼려 했으면 얼마나 힘들었겠니? 마침 지금 친정 부모님들하고 같이 있으니 잘 되었다. 그리고 딸 바보 예준이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다. 그 녀석 은유 우는 것 못 견디고 도로 먹이라 할걸? 캄보디아 선교여행에서 돌아오면 큰 선물이 되겠구나. 은유, 며칠 울다가 금새 적응할 거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거라.”
며느리는 깊은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불안은 가라앉고 평안이 찾아옵니다.
며칠 후, 며느리가 보고합니다. “어머니, 이제 은유 안 울어요. 잠시 찾아와서 옷을 들춰보다가 그냥 가요. 이유식도 잘 먹고, 우유도 잘 먹어요.”
며느리 장염에서 시작된 손녀 젖떼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며느리의 며느리, 이렇게 3대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고, 지혜를 전수받으면서 말입니다. 이 깊은 사랑의 유대가 있는 일상이 예배요, 예배가 일상이었던 명절이었습니다.
※ 이날, 은유는 설빔을 하고 세배 할 준비를 하고 찾아왔다. 아뿔사! 귀경 표를 구하지 못해 쫓기는 바람에 세배하는 것도 세배받는 것도 잊었다. 왕할아버지와 왕할머니에게 세배를 하고 첫 세뱃돈을 받았다. 우리는 사진으로 세배를 받고 세뱃돈도 온라인으로 송금했다. 덕분에 용돈까지 얹어 줬다. 젖뗀다고 수고한 며느리 보상상여금까지.

내 아버지 어머니는 진공관 세대, 우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언저리, 며느리는 확실한 디지털 세대, 은유는 AI시대를 살 것이다. 그때는 세배도 로봇 시켜서 할라나? 아직은 핸드폰에게 손녀를 빼앗기지는 않고 있다.327992360_909963780011256_78109001816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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