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2-05-16 09: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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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들었다. 잃어버린 교회 종소리였다. 나는 그 종소리를 찾아 걸었다. 도착해 보니 부산 광안리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원)이었다. 오래된 일이다. 참 아련한 추억이 되어 있다.

이번에는 종소리가 아닌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이해인수녀님이었다. 고(故) 옥한흠목사님과 서신 교제가 있었다고 했다. 두 분은 서로 한 번 만나 뵙자고 했다. 하지만 옥목사님이 세상을 떠나시는 바람에 만나보지 못하게 되었단다. 뵙지 못한 아쉬움을 그 제자를 통해 달랠 수 있을 것이란 말씀에 찾아뵙게 되었다.
봉쇄수녀원 방문은 처음인지라 몹시 긴장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기우였다. 가장 먼저 해인 글방이란 낯익은 글씨체가 나를 반겼다. 들어선 글방은 책들마저도 민들레 갓털처럼 지천에 피어 있었다. 아늑하고 따뜻했다. 준비해 둔 선물이라며 켜켜이 펼쳐 놓은 선물들은 지극한 환대였다.
대화 중에 던지는 조크가 꺼내 놓은 차보다 그윽했다. 자신의 암 투병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수녀원 생활의 해프닝조차 시처럼 들렸다. 일상의 이야기를 저토록 맛깔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니... 독자들과의 에피소드는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그제야 사람들이 왜 ‘국민 이모’라 부르는지 알 듯 했다. 영락없는 내 이모였다.
수녀님은 장기려박사님의 흔적을 꼭 찾아보기를 원하셨다. 이번에는 내 소원도 말씀드렸다. 앰뷸런스 소원 나들이의 환우들을 한 번 맞이해 달라고. 쾌히 승낙하셨다.
헤어질 무렵 수녀님은 시 낭송으로 또 한 번 감동을 안겨 주셨다. 지금까지 천 편 가량의 시 가운데 자신이 무척이나 사랑하는 시라고 했다. 나에게는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 하셨다. 나는 옹알이 수준의 기도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약속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났다. 다가오는 저녁기도를 위해 일어서야 하는 시간이었다. 많이 아쉬웠다. 손을 흔들어 배웅한 다음 만종의 기도를 위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한참 동안 서서 또 다시 기도했다. 더 오래도록 건강하셔야 한다고.

※ 수녀님이 셀카를 찍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당황했다. 한 번도 셀카를 찍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도도 엉망이고 색감도 그렇다. 하지만 가장 좋은 추억의 사진이 되었다. 함께 해준 이는 안내를 맡아준 오지 탐험가 도영복회장이다. 그도 국민이모의 매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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