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6-10 14:05:03
네이버
첨부파일 :

내 아버지는 암(癌)과 동거 중이다. 그것도 셋이나 된다. 전립선암이 찾아 온지는 15년도 넘는다. 3년 전에는 혈전암이 찾아왔고 이어 폐암이 찾아왔다. 거기다 간헐성 기억장애(치매)가 있다. 귀는 보청기로도 모자라 어머니의 통역을 필요로 한다.
어머니는 말 그대로 ‘할望九’(90세를 바라본다는...)다. 머잖아 몸에 난 터럭까지도 늙었다는 90의 ‘모질(耄耋)’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와 달리 큰 병이 없으시다. 건강 체질을 타고 태어나서가 아니다. 내 어머니의 건강 비밀은 ‘멍하니’에 있다.
빨래터에서는 물멍을, 아궁이 앞에서는 불멍을, 나물을 캐러 산에 가서는 숲멍을 했다. 아버지 때문에 시커멓게 타 든 속을 6남매 자식들이 또 다시 헤집어 놓았다. 속 썩었다. 나는 안다. 내 어머니의 눈물과 한숨을..
내 어머니는 밥을 지으며 걱정과 근심을 불구덩이에 던졌다. 빨래터에서는 난타공연으로 분노를 다스렸다. 흐르는 물을 쳐다보며 무념무상으로 세월을 달랬다. 봄에는 나물과 쑥을 캐고 겨울에는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을 찾았다. 순전히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그 때마다 나무에 기대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큰 숨을 쉬었다. 내 어머니의 ‘멍~honey’였다.
내 어머니의 ‘멍~honey’가 그리워 치유의 휴심정(休心停)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 버려진 패치카(pechka)와 솥을 갔다 두었다. 마침 양경렬 작가가 페인트칠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도 나처럼 어머니를 생각하며 붓질을 했을까? 늙어빠진 내 어머니가 곱게 단장을 한 새색시처럼 변했다. 따라나선 양작가의 딸 윤선이와 친구도 붓을 들었다. 윤선이의 눈빛은 아빠보다 날카롭고 진지했다.
부녀의 공동작업이 숲속을 비추는 햇살보다 눈부셨다.

※ 걷는게 점점 힘들어진 내 어머니, 어머니가 산에를 가자고 하면 내빼기에 바빴던 나 대신 볼모(?)로 잡혀 어머니를 구완했던 내 동생과 함께 멍 때리고프다.

%5B%ED%81%AC%EA%B8%B0%EB%B3%80%ED%99%98%%5B%ED%81%AC%EA%B8%B0%EB%B3%80%ED%99%98%%5B%ED%81%AC%EA%B8%B0%EB%B3%80%ED%99%98%%5B%ED%81%AC%EA%B8%B0%EB%B3%80%ED%9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