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4-17 09: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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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

이 말 한 마디로 게이샤 커피는 스타덤에 오른다. 2006년의 일이다. ‘베스트 오브 파나마의 국제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내뱉은 말이었다. 나는 이라고 여겼다.

송목사 생각해 봐. 유럽에 가면 포도나무 있지. 그리고 올리브나무...” 재흥이 형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말했다. 아내와 나를 위한 커피수업이었다.

이게 나무뿌리야. 사막지대에다 산꼭대기란 말이지. 목이 마를 거라고. 도대체 어떻게 물을 빨아 당길 것 같애? 생각해 봤어? 갓난아이가 엄마 젖꼭지를 빨 때 죽기 살기로 빨잖아. 이 녀석들이 그래. 뿌리가 물을 빨아 당기기 위해 몇 미터나 뻗어 나갈까?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뿌리는 땅속에 있는 50km까지 가서 그 물을 끌어오는 힘이 있어.”

젖꼭지를 물려본 아내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형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생명체 중에 끝없이 땅과 하늘과 바다의 지혜를 가지고 물을 끌어들이는 생명체가 세 가지가 있어. ‘포도, , 커피어때?”

그리고는 한 잔에 수십만 원을 받는다는 게이샤 커피를 꺼내놓았다. 여전히 커피의 비싼매력에만 빠져있던 나와 아내는 그 날 몇 잔을 마시고서야 커피의 진수를 알았다.

고도계가 2000m를 가리키는 고산지대, 커피나무는 하늘, 바람, 별을 벗 삼아 끝없는 생명력으로 물을 빨아 당겼을 터다. 커피나무가 이겨냈을 고독이 다가왔다. 낮과 밤의 극심한 기온차를 견뎌내기 위한 몸부림이 새겨졌다. 비로소 커피가 바라보았을 하나님이 떠올랐다.

게이샤가 풍겨내는 꽃향기, 재스민, 얼그레이, 오렌지, 망고, 복숭아.. 폭발적인 향미가 내 머리를 감싸고돌았다. 황홀함이었다.

<커피 리브레> 서필훈 대표의 말 그대로였다.

작은 커피 한 알에는 불평등과 기회, 싸움과 평화, 절망과 용기, 가난과 희망, 변명과 사연, 욕심과 기도, 실패와 도전이 밤하늘의 별처럼 빼곡했다. 커피는 어느새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우주가 되어버렸다.”

미니멀 커피가 품은 우주, 나는 그 날 신의 얼굴까지는 아니지만 하나님의 마음을 맛보았다.

, 마지막 한 방울까지도 놓치고 싶지 않다.”

송길원의 커피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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