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4-11 09: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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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준비로 날밤을 지새야하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스스로를 이렇게 위로하곤 한다.

자신이 쓴 글에 심취되어 밤을 지새울 수 없다면 그 글은 결단코 누군가의 밤을 지새우게 할 수 없다.”

로마서를 강해하는 요즈음 나는 나의 무식을 많이 탓한다. 어젯밤은 나훈아의 테스형을 떠올렸다. 나훈아는 테스형에게 인생과 사랑, 그리고 흐르는 시간과 세월에 대한 고민을 묻는다. 그 발상이 흥미롭다.

,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식이다. 내용이 크게 심오하거나 철학적이지 않으면서 많은 생각을 자아낸다.

왜 테스형을 불러 들였을까? 소크라테스는 질문과 대답을 짧게 주고받는 대화형식을 좋아했다. 오늘날의 Q&A. 수사학에서 이를 디아트리베(diatribe, διατριβή)라 한다. ‘기분풀이내지 환담’ ‘공부’ ‘강화(講話)’ 따위로 풀이된다. 심오한 철학적 변론이나 종교적 사상이라 할지라도 고상한 전문용어를 사용해서 일방적으로 선포하는 것을 피한다. 때로는 비속하지만 생동하는 일상용어로 독자와 청중을 대화상대로 끌어들인다. 그들과 가상의 대화를 나누는 수사법이다.

용어가 살아있는 활어와 같다.

남이야 삽으로 귀지를 파든, 펜치로 치아를 뽑든, 쇠사슬로 귀걸이를 하든, 사시미 칼로 손톱을 깎는 상관하지 말라는 식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줄기차게 질문을 던진다. 상대방이 궁금해 하는 것을 들추어낸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답을 한다. 이런 수사학의 관점에서 로마서는 신앙입문의 Q&A.

일테면 이렇다.

하나님은 너무나 좋은 분이므로 여러분의 죄를 그냥 눈감아 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생각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하나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그러나 결코 만만한 분은 아니십니다. 하나님이 좋은 분이라는 말은, 우리 손을 꼭 붙잡고서 우리를 근본적인 삶의 변화 속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어제 밤새 로마서를 로스형에 묻고 또 물었다. 로마서를 쓴 바울의 이름이 바오로, 바울로스다. 고대 그리스어로는 파울로스(Παυλος). 그래서 로스형이라 불렀다.

로스형, 요새 교회가 왜 이래?” “교인들이 왜 맛이 간 거야?”

나는 밤새 질문하고 질문했다.

진짜 인간은 안 변하는 거야?”

왜 이렇게 골 때리는 인간들이 많아?”

, 로스형 내가 설교할 자격이 있기라도 한 거야?”

어젯밤을 설친 오늘의 설교가 그들의 밤을 설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꿈꾼다.

제발 ‘(귀에)들리는언어를 구사할 수 있기를

영혼은 깨우지 못할지라도 ‘(잠은) 깨울 수있는 설교이기를

그리고 한 가지 더.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 ‘(사람)살리는메시지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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