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6-05 10:39:51
네이버
첨부파일 :

국수 언제 먹여줄 거야?”
결혼기에 이른 청춘남녀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우리나라에 국수가 전래된 것은 고려시대, 중국으로부터였다고 한다. 당시는 밀이 귀했다.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에 등장하는 커피가 그렇듯이 상류층 사람들만이 국수를 즐길 수 있었다. 서민들은 평생에 한두 번 먹을 수 있었다. 제삿날이나 결혼식이었다. 국수가 결혼의 상징이 된 배경이다.
결혼식의 상징 중 상징은 면사포. 신부는 면사포로 얼굴을 가리고 입장한다. 성혼 선언 후에 신랑이 걷어 준다. 고대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장 거룩한 곳, 바로 하나님이 임재하시는 곳을 지성소라 했다. 지성소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휘장이 있다. 휘장을 열고 지성소로 들어서는 것은 대제사장에게만 허락되었다. 면사포를 걷을 수 있는 사람도 단 한사람이어야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부모도 끼어들면 안 된다. 성경의 휘장과 결혼식장의 면사포가 같은 단어로 쓰이고 있는 이유다.
아가서의 첫날밤은 이렇게 묘사된다.
나의 누이 나의 신부는 잠근 동산이요, 덮은 우물이요, 봉한 샘이로구나”(4:12)
잠근 동산, 덮은 우물, 봉한 샘은 어느 누구도 열고 들어가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신부의 성적 순결이다. 비로소 둘은 거리낌 없이 하나가 된다.
요즘 결혼식은 면사포를 왜 들어 올리는지도 모르고 아예 그 상징이 사라졌다. 아니 거룩을 내팽개쳤다. 키스가 먼저다. 예준이와 하은이는 이 상징으로 현재와 앞날의 거룩함을 드러냈다. 나는 이것이 큰 기쁨이었다.

송목사는 아들 주례를 직접 할 것인가?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람들이 제일 많이 궁금해 하는 것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나는 처음부터 손사래를 쳤다. 명의도 자신의 자식 수술은 어렵다는데... 한 때 목사님들이 자녀의 주례를 직접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일이 있다. 내 친구들도 여럿이 따라했다. 내가 반대한 이유는 둘이 잘 살면 몰라도 갈등을 할 게 뻔하지 않은가. 그 때 중재역과 상담역을 할 수 있으려면 가족은 어렵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하지 않던가? 나아가 30년 이상의 나이차이가 있는 나는 일찍 떠날 것이다. 그러면 누가 내 두 아이의 멘토가 되고 세르파가 될 것인가?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오래 곁에 있어 줄 사람이 더 중요했다. 주례자는 두 아이가 의논해서 모셨다. 저들의 대학부 지도목사였다. 나는 기꺼이 받아 들였다. 대신 내 친구 최일도목사를 또 한 사람의 주례자로 초대했다.
폐백(幣帛)이란 본래 비단 폐. 비단 백. 즉 좋은 비단을 가리킨다. 즉 시부모님께 드리는 예물이다. 이게 변형되어 폐백음식으로 나중에는 사모관대에 한복을 입고 재롱잔치를 한다. 돌아가며 신혼여행 경비를 거둔다. 꼴사나운 이벤트 장으로 변질되었다.
나는 오래 전에 이 폐습을 고치고 싶어 폐백대신 성찬식을 제안했다. 성찬처럼 좋은 예물이 또 어디 있는가? 결혼식 전, 청란교회 안에는 최목사와 함께 양가의 부모 그리고 신랑신부만 입장했다. 집례하는 최목사가 물었다.
오늘 이 혼인을 누가 허락했나요?”(. 저희 부모들입니다.)
이제 두 아이를 떠나보내며 이 두 아이를 위하여 기도하시고 격려하시되 이 둘 사이에서 이들을 조정하지 않기로 작정하십니까?”()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따라 두 아이를 온전히 떠나보내시기로 작정하십니까?”(. 나는 이 순간 가슴이 찌릿했다. 깊은 반성이 있어서다.)
성찬 제정사와 함께 최목사가 건네 준 떡과 포도주를 직접 사돈의 입에 넣어주며 피차 축복의 말을 나누었다.
오늘 저들이 하나 되는 것처럼 우리 양가가 하나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 가족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고 축복합니다.”
축복하는 아내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예준이와 하은이도 성찬에 참예하여 하나 되었다. 이어 우리 모두는 손에 손을 잡고 찬양했다.
내 영혼의 그윽히 깊은데서 맑은 가락이 울려나네. 하늘 곡조가 울려나와 내 영혼을 고이싸네. 네 맘 속에 솟아난 이 평화는 깊이 묻히인 보배로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혼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난 울지 않았다.

첫 번째 키워드인 거룩과 함께 두 번째 키워드인 언약은 이렇게 드러나고 있었다.
(면사포를 쓰고 들어선 모습. 면사포를 들어 올리자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는 하은이. 주례를 맡아준 씨앗교회 김명규목사와 성찬 집례의 최일도 목사. 사진은 내 아우 이영렬이 죄다 찍었다. 나는 그가 결혼식을 방해하지 않고 숨은 그림자처럼 찍은 사진 솜씨에 놀랐다. 프로는 역시 달랐다.)

 

%EC%9D%BC%EA%B4%84%ED%8E%B8%EC%A7%91_05_  %EC%9D%BC%EA%B4%84%ED%8E%B8%EC%A7%91_05_

 

%EC%9D%BC%EA%B4%84%ED%8E%B8%EC%A7%91_05_  %EC%9D%BC%EA%B4%84%ED%8E%B8%EC%A7%91_05_

 

%EC%9D%BC%EA%B4%84%ED%8E%B8%EC%A7%91_05_  %EC%9D%BC%EA%B4%84%ED%8E%B8%EC%A7%91_05_

 

%EC%9D%BC%EA%B4%84%ED%8E%B8%EC%A7%91_05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