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6-04 1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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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휴대폰에 찍힌 전화번호가 처음 보는 번호면 대부분 받지 않는다.
-집에 사람이 찾아와도 인터폰으로 슬쩍 보고 잡상인이거나 모르는 사람이면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돈을 꿔 주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유쾌하게 사는 법>(이근영)이란 책에 나오는 농담사전사랑이라는 대목이다.
내 아들이 사랑에 빠졌단다. 나도 신기했다. 둘이 닮기도 했다. 눈치를 챘지만 아이가 정식으로 승낙을 요청할 때까지 기다렸다. 아들이 사랑에 빠진 아이를 데려온 날이었다. 솔직하게 말해 확 마음이 끌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무덤덤이었다. 하긴 내가 심쿵(심장이 쿵쾅쿵쾅거린다는 뜻)이라거나 숨멎(‘숨이 멎는다의 준말)이라면 그것처럼 곤란한 일도 없다.ㅋㅋㅋ. 그건 아들놈의 몫이지 내 몫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몇 차례 만남에서 놀라운 소리를 들었다.
옥한흠목사님 살아생전 나는 사랑의 교회 협동목사였다. 목사님이 건강문제로 강단을 비우실 때는 자주 강단에 섰다. 옥목사님의 나에 대한 사랑은 각별했다. 나보다 가정회복에 대한 열망이 컸을 수도 있다. 가정의 달 5월이면 어김없이 나를 불러내셨다. 나는 지금도 내 설교를 또렷이 기억한다.
아들 녀석이 며느리 감을 데려온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ABCDEF로 따지지나 않을까? A-age, B-background, C-character, D-degree, E-economy, F-face... 나이 따져 묻는다. ‘, 너 연상 감당이 되겠니?’ 배경, 그 집안은 우리처럼 3대 채 믿음의 뿌리가 있는 집안이냐? 학위, 공부는 할 만큼 했어? 명문인거야? 너처럼 유학은? 경제력, 너 도와줄만한 재력은 있니? 얼굴, . 내가보니 견적 엄청나온 얼굴인데... 애프터서비스 비용 만만치 않겠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내가 물어야 할 것 하나 있어요. ‘그 아이도 하나님을 믿는 하늘가족 맞니?’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그 날 내 설교를 수 천 명의 청년들이 들었다. 그 많은 아이들 중 유하은이란 아이가 있었다. 집에 돌아가 일기를 썼단다. “예준 아버님 같은 시아버지가 있었음 좋겠다.” 원 세상에. 그런 아이도 있었남?
그런 일기를 쓴 하은이가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 날 나는 심쿵이었고 숨멎이었다. 주저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아니 따질게 없었다. 내 모토가 무엇인가? “설교하는 대로만 살자. 그렇지 못하겠거든 사는 만큼만 설교하자.” 가정사역자 집안의 며느리는 그렇게 해서 간택’(揀擇)되었다. 나는 사돈어른의 집안배경도, 살고 있는 집의 크기도 하은이가 명문을 나왔는지 지방대학을 나왔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들 부모가 지방도시에 살고 있다는 정도를 어렴풋이 알 뿐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집안이다. 사돈도 성직자였으면 하는 기대는 늘 있었다. 그러면 말이 통할 테니까.... 상대가 평신도라 더 조심스럽기만 했다. 혹여 라도 그들이 쫄지 않을까 늘 배려했다.
상견례 자리, 양평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며 교제했다. 두 번째 만남은 부산에서 이뤄졌다. 이 날 주제는 오로지 아이들에 대한 것이었다. 성장과정에서 특징, 키우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나누었다. 반성의 마음들을 공유했다. ‘부모답지 못했던세월이 아쉽기만 했다.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지만 내 며느리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성격검사지보다 정확한 리포트를 주고받은 셈이었다. 나는 이 과정이야말로 필수코스라고 여긴다. 다시 세 번째 만남, 이번에는 우리가정의 예찬이와 하은이네 남동생도 초대되었다. 바비큐파티로 집안이 교제하는 시간이었다. 서빙 받는 음식이 아니라 함께 공동으로 부엌활동을 하는 일이 중요했다. 가족을 나타내는 말 중에 한 솥밥을 먹는다는 식구(食口)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서로 한 식구가 되었다. 식사 후 차를 마시며 두 아이가 준비한 결혼식에 대한 세밀한 부분을 조율했다.
나는 이 날 처음으로 결혼식의 주제를 제시했다. 네 가지 키워드였다. 거룩과 공경, 환대와 언약이었다.
(하은이가 쓴 당시 쓴 일기장, 아이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단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하은이가 둘의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을 위해 그렸다. 사진은 36년 전 신부로 변신에 성공한 내 마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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